추기경이 좋아하는 체위로 성교하고 싶어요....착하게 살아도 하느님 안 믿으면 영벌에 처하고,주교는 온갖 추잡한 성교를 해도 돈 내거나 회개하면 천국에 보내주시는 하느님이 있으니가톨릭 교도들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 아닌가요?하느님은 기녀과 주교들에게만 이렇게 은혜로운가요?당시 교회는 면죄부를 팔아 돈 받고 죄를 용서하였다. 그래서 돈 많은 거상들이나 추기경들은 기생들과 다양한 체위를 마음껏 즐기고도 헌금만 많이 하면 모든 것을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금지된 장난은 더 짜릿한 법. 이때부터 각 체위의 이름이 붙고 체위에 대한 호기심이 날로 증폭됐다. 요정에서 노골적인 성향의 관련 시를 쓰고 다른 사람에게 새로 발견한 체위를 자랑하는 것이 로마 지식층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상위를 전도사 스타일이라고 부르며 비웃은 사람들은 다른 체위의 금지령을 내린 바로 그 추기경들이었다. 라이몬디는 바로 이렇게 숨겨진 사람들의 본능 속에 엄청난 돈이 숨어 있다고 믿었다. 드디어 그는 당시 로마의 부패한 귀족 사회에서 유행하던 26개의 체위들을 모아 화가 줄리노 로마노에게 그려 달라고 주문한다. 아레티노에게는 당시 유행하던 소네트라는 시 형식으로 각 체위가 주는 기쁨을 쓰도록 한다. 요정에서 이런 시들을 읊으며 은밀한 눈웃음을 주고받다 보면 입소문을 타 히트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당시 유럽 지식인들의 요람이었던 로마에서 가장 뛰어난 시인인 알레테노, 가장 뛰어난 화가인 지비노 로마노, 가장 뛰어난 판화 제작자인 라이몬디가 힘을 모아 만든 세계 최초의 섹스 화보가 완성된다. 라이먼디는 이 책의 표지를 가죽으로 싸고 금장식을 두른 후 제목은 인쇄하지 않아 책장에 꽂아두기에 부담 없는 고상한 책으로 포장했다. 드디어 파는 일만 남았다. 라이몬디는 샘플을 제작해 인페리아, 피아메타 등 유명한 기생들에게 선물한다. 당시에는 책값이 비쌌기 때문에 어차피 살 수 있는 사람이란 귀족이나 추기경뿐이었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과의 접촉이 잦은 기생들에게 무료로 책을 나눠준 것은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기생들은 이 책을 침대의 머리맡에 두고 메뉴판처럼 사용하며 손님이 원하는 체위로 서비스를 해줬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라이먼디는 재빨리 각 체위를 목판 템플릿으로 찍어 시장에 낮장으로 싼 값에 보급했다. 나도 추기경이 좋아하는 체위를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함께 책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라이몬디는 순식간에 떼부자가 됐다. 그는 부자가 됐을 뿐만 아니라 유명해졌다. 그 동안 라이몬디의 판화는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의 그림을 제대로 복제하는 것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책 출판 이후로 독자적인 브랜드가 생기면서 엄청난 부가가치가 생겼다. 멀리 러시아나 북유럽에서까지 책 주문이 밀려들었다. 그는 아예 자기가 만든 판화의 미니 버전을 책으로 엮어 시장에 내다 팔고, 이보다 더 큰 버전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주문을 받아 그때그때 찍어서 보내준 세계 최초의 카달로그 사업가로 성장했다. 프랑스왕 프랑수와 1세는 야한 그림을 아주 좋아했는데, 로마의 화가 줄리아 로마노를 자기의 궁전으로 초대한 것도 라이몬디의 판화를 본 다음이라고 한다. (조승연 [비즈니스의 탄생223-6)